레슨 2 / 6 · 약 8분
확증편향과 앵커링: 보고 싶은 것을 보고, 처음 본 숫자에 묶인다
고전 실험 두 개로 편향의 원리를 확인하고 매수가·고점이 판단을 묶는 방식을 계산합니다
종목을 사고 나면 그 회사에 대한 좋은 뉴스는 눈에 잘 들어오고 나쁜 뉴스는 '일시적 이슈'로 넘기기 쉽습니다. 이렇게 이미 가진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 정보는 깎아서 보는 경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합니다. 종목토론방이나 동영상 플랫폼의 노출 알고리즘은 이 경향을 더 강하게 만듭니다. 내가 본 영상과 비슷한 의견이 계속 노출되기 때문입니다.
확증편향: 같은 증거를 보고 더 멀어진다
로드, 로스, 레퍼의 1979년 연구는 사형제도의 범죄 억제 효과에 찬성하는 학생과 반대하는 학생 48명에게 같은 자료 두 개를 보여 주었습니다. 하나는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, 하나는 없다는 연구였습니다(둘 다 실험용으로 만든 가상의 연구). 양쪽 모두 자기 생각과 맞는 연구는 방법론이 탄탄하다고, 반대 연구는 허점이 많다고 평가했고, 읽은 뒤에는 각자 원래 입장이 더 강해졌다고 답했습니다. 섞인 증거를 보여 줬는데 의견 차이가 오히려 벌어진 것입니다. 이후 연구에서 결과가 늘 같지는 않았지만, 반대 증거를 더 엄격하게 따지는 경향은 여러 주제에서 반복 확인됐습니다.
| 같은 공시 | 보유자의 해석 | 미보유자의 해석 |
|---|---|---|
| 분기 영업이익 −20% | 일회성 비용, 하반기 회복 | 수요 둔화 신호 |
| 대규모 설비투자 발표 | 성장 의지, 장기 호재 | 현금흐름 악화, 증자 가능성 |
| 최대주주 지분 일부 매도 | 개인 사정, 의미 없음 | 내부자가 고점이라 판단 |
앵커링: 무관한 숫자도 판단을 끌어당긴다
트버스키와 카너먼의 1974년 Science 논문에 실린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0~100이 적힌 회전판을 돌린 뒤(실제로는 10 또는 65에서 멈추도록 조작), 유엔 회원국 중 아프리카 국가 비율이 그 숫자보다 높은지 낮은지 답하고 자기 추정치를 말했습니다. 10을 본 집단의 추정치 중앙값은 25%, 65를 본 집단은 45%였습니다. 회전판 숫자가 질문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추정이 그 숫자 쪽으로 끌려간 것입니다.
트버스키·카너먼(1974). 질문은 유엔 회원국 중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. 질문과 무관한 숫자 하나가 추정치를 20%p 벌려 놓았습니다.
같은 논문의 다른 실험은 앵커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줍니다. 고등학생들에게 8 × 7 × 6 × 5 × 4 × 3 × 2 × 1과 1 × 2 × 3 × 4 × 5 × 6 × 7 × 8의 값을 5초 안에 어림하게 했더니, 큰 수부터 본 집단의 중앙값은 2,250, 작은 수부터 본 집단은 512였습니다. 정답은 40,320으로 두 집단 모두 크게 모자랐습니다. 처음 몇 단계를 계산한 값에서 출발해 조정하다가 충분히 멀리 가지 못하고 멈춘 것입니다. 매수가나 직전 고점에서 출발해 "조금 낮게", "조금 높게" 고쳐 가며 가치를 어림하면 주식에서도 같은 일이 생깁니다.
주식에서 흔한 닻(앵커)은 내 매수가, 52주 최고가, 과거 고점, 처음 본 목표주가입니다. 이 숫자들은 회사의 현재 가치와 직접 관계가 없는데도 "고점 대비 40% 빠졌으니 싸다", "매수가까지는 오를 것이다" 같은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.
1년 전: 주가 100,000원, EPS 5,000원 → PER 20배
지금: 주가 60,000원(고점 대비 −40%), EPS 2,500원(이익 반토막)
지금 PER = 60,000 ÷ 2,500 = 24배
고점 기준으로는 40% 싸졌지만, 이익 기준으로는 오히려 1년 전보다 높은 배수
판단 기준은 과거 가격이 아니라 현재 이익·자산과의 관계
매수 당시 리포트 목표주가 120,000원, 근거는 내년 EPS 6,000원 × PER 20배
이후 업황 악화로 내년 EPS 추정이 4,000원으로 낮아짐
같은 PER 20배를 적용해도 4,000 × 20 = 80,000원
처음 본 120,000원을 기준으로 "지금 60,000원이니 두 배까지 갈 수 있다"고 보면 바뀐 이익 전망이 빠짐
새 이익 기준으로는 80,000 ÷ 60,000 − 1 ≈ +33%이며, 이것도 PER 20배라는 가정 위의 숫자
- 반대 논리 적기: 매수 근거 3개를 적었다면 그 근거가 틀릴 수 있는 이유도 3개 적습니다.
- 사전 부검: "1년 뒤 이 투자가 크게 실패했다"고 가정하고 가장 그럴듯한 실패 이유를 먼저 적어 봅니다.
- 앵커 제거: 보유 화면의 매수가·수익률을 가린 상태로 회사 지표만 보고 판단합니다.
정보를 고르는 단계에서도 편향이 들어옵니다. 보유 종목을 검색하면 그 종목을 긍정적으로 보는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, 그런 글을 클릭할수록 비슷한 글이 더 자주 노출됩니다. 판단에 쓸 정보는 DART 공시와 사업보고서처럼 의견이 섞이지 않은 원자료에서 먼저 확인하고, 의견은 그다음에 찬반 양쪽을 함께 읽는 순서가 안전합니다.
가상 사례: 확증편향이 쌓이는 과정
가상의 투자자 한 씨는 L소재를 산 뒤 매일 종목 이름으로 검색해 긍정적인 글을 읽었습니다.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"일회성"이라는 글을 찾아 저장했고, 같은 날 나온 주력 제품 가격 하락 기사는 열어 보지 않았습니다. 석 달 뒤 저장한 자료를 세어 보니 14건 중 13건이 매수 근거를 지지하는 글이었습니다. 한 씨가 바꾼 절차는 두 가지입니다. 종목 정보는 DART 공시를 먼저 보고, 의견 글은 찬성과 반대를 같은 수만큼 저장하기로 했습니다.
자주 묻는 질문
- 반대 의견은 어디서 찾나: 증권사 리포트는 매수 의견이 대부분이라 반대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.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, 사업보고서의 사업 내용과 우발부채 관련 주석, 경쟁사의 공시처럼 의견이 덜 섞인 자료에서 반대 근거를 직접 만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.
- 앵커를 아예 없앨 수 있나: 매수가를 보지 않기는 어렵지만 판단 순서는 바꿀 수 있습니다. 회사 지표로 먼저 가치를 어림해 적은 뒤에 현재가와 매수가를 확인하면 숫자를 보고 조정하는 폭이 줄어듭니다.
- 52주 최고가·최저가는 쓸모없는 숫자인가: 가격이 움직인 범위를 보여 주는 정보로는 쓸 수 있습니다. 문제는 그 숫자를 '돌아갈 가격'이나 '바닥'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.
핵심 정리
- 확증편향: 내 생각과 맞는 정보는 쉽게, 반대 정보는 엄격하게 평가하는 경향(로드·로스·레퍼, 1979).
- 앵커링: 무관한 숫자도 추정을 끌어당깁니다(트버스키·카너먼, 1974, 중앙값 25% vs 45%).
- 매수가·52주 고점은 현재 가치와 관계없는 앵커입니다. 고점 대비 −40%가 배수로는 더 높을 수 있습니다.
- 편향은 아는 것만으로 사라지지 않으므로 반대 논리 적기·사전 부검 같은 절차로 막습니다.